디아즈의 50홈런은 라팍 효과였을까
2025 시즌, 구장 보정을 다시 생각한다
2025 시즌 디아즈는 대구 라팍을 홈으로 두고 50개의 홈런을 쳤다. 숫자만 놓고 보면 압도적이다. 그런데 이 50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두고 해석은 늘 두 갈래로 갈린다. "대구라서 나온 숫자"라는 쪽과 "어디서든 넘겼을 숫자"라는 쪽이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감이 아니라 방법론이 정한다. KBO Talent가 P-wRC+(Park-Distance wRC+)를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1. 라팍이 작은 구장인 것은 사실이다
논의는 이미 끝난 지점에서 시작하는 게 낫다. 라팍은 실제로 작은 구장이다. 아래 표는 KBO 9개 구장 중 세 곳의 디멘션을 정리한 것이다.
| 구장 | 폴대 (m) | 갭 (m) | 중앙 (m) | 펜스 높이 (m) | 갭 실효거리 (m) |
|---|---|---|---|---|---|
| 대구 (라팍) | 99.5 | 107.0 | 122.5 | 3.6 | 107.9 |
| 문학 | 95.0 | 115.0 | 120.0 | 2.4 | 115.0 |
| 잠실 | 100.0 | 120.0 | 125.0 | 2.6 | 120.0 |
실효거리는 표준 3m를 넘는 펜스 높이를 비거리로 환산해 더한 값이다. 펜스가 높으면 타구가 담장을 넘기 위해 실제로 더 멀리 날아가야 하므로, 펜스 3.6m인 라팍의 갭은 107.9m로 본다.
표에서 보듯 라팍의 갭은 잠실보다 12m 이상 짧다. 대형 구장과 비교하면 분명히 작은 구장이다. 여기까지는 이견이 없다. 논쟁은 다음 문장에서 시작된다. 구장이 작다는 사실이, 그 구장에서 친 홈런 50개의 가치를 얼마나 깎아야 하는가.
2. 일괄 보정은 왜 어긋나는가
기존 wRC+ 계열은 구장 효과를 파크팩터(PF)로 보정한다. R 방식은 wRC/PA 단계에서 단일 PF를 한 번 적용하고, E 방식은 1루타·2루타·3루타·홈런에 각각 다른 PF를 적용한다.
문제는 홈런이다. 라팍의 홈런 PF는 1.51, 잠실의 홈런 PF는 0.64로 극단적이다. 이 값을 홈런 개수에 그대로 적용하면, 비거리가 충분해 어느 구장에서도 넘어갔을 타구까지 똑같이 깎인다. 담장을 훌쩍 넘긴 타구와 턱걸이로 넘긴 타구가 같은 취급을 받는다는 뜻이다. 비거리를 보지 않는 보정, 즉 distance-blind 보정이다.
구장 크기 효과를 없애는 방법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이미 나온 값을 깎아서 상쇄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그 효과가 애초에 끼어들 자리를 없애는 방식이다. R과 E는 앞쪽에 서 있고, P는 뒤쪽에 서 있다. 값을 깎는 방식은 깎는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흔들리지만, 자리를 없애는 방식은 그 흔들림 자체를 만들지 않는다.
| 방식 | PF 적용 위치 | 홈런을 다루는 방식 |
|---|---|---|
| R-wRC+ | wRC/PA 단계에 단일 PF 1회 | 단타·볼넷과 같은 PF로 홈런까지 함께 조정 |
| E-wRC+ | 1B/2B/3B/HR에 각각 다른 PF | 홈런에 PF를 그대로 적용해 여전히 distance-blind |
| P-wRC+ | 1B/2B/3B만 PF, 홈런은 별도 처리 | 홈런의 비거리와 방향으로 구장 크기 효과를 직접 제거 |
E 방식은 (PF+1)/2 변환을 도입해 과다보정을 절반으로 줄였다. 홈 경기와 원정 경기가 50대 50이라는 KBO 일정을 반영한 조치였다. 다만 홈런에 PF를 적용한다는 구조 자체가 남아 있는 한, 비거리와 방향은 여전히 반영되지 않는다. 라팍에서 50개를 친 타자의 가치를 판단할 때 이 지점이 결정적이다.
3. 질문을 바꾼다: 다른 8개 구장에서도 넘어갔는가
P-wRC+는 보정 강도를 조절하는 대신 질문 자체를 바꾼다. "홈런을 몇 개 쳤는가" 대신 "그 타구가 다른 구장에서도 담장을 넘겼는가"를 묻는다. 이 방식을 cross-park clearance라고 부른다.
절차는 이렇다. 홈런 하나하나에 기록된 비거리와 방향을 가져온다. 그리고 그 타구를 자기 구장을 뺀 나머지 8개 구장에 하나씩 대입해, 각 구장의 펜스까지 실제로 필요한 거리와 비교한다. 이때 119.9m와 120.1m가 0과 1로 갈리는 계단식 판정을 피하려고, 측정 노이즈를 2.5m로 두고 통과 확률을 부드럽게 계산한다.
이렇게 얻은 값이 credit이다. credit 1.0은 나머지 8개 구장에서 모두 홈런이 되는 타구, 0.5는 경계선에 걸친 타구, 0.125는 자기 구장에서만 넘어간 타구를 뜻한다. 이 credit을 홈런 가중치에 그대로 곱하기 때문에, "라팍이니까 일괄로 깎는" 단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조금 더 풀어 보자. 구장 이야기에서 자주 나오는 문장이 있다. "라팍에서 친 홈런은 라팍이 아니면 홈런이 아니다." 이 문장은 사실 두 가지를 한꺼번에 말하고 있다. 하나는 라팍이 작은 구장이라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라팍에서 나온 홈런이 모두 라팍 덕분이라는 주장이다. 앞은 디멘션만 봐도 확인되는 사실이지만, 뒤는 타구 하나하나를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주장이다. 성격이 다른 두 문장을 한 덩어리로 묶어 두면, 작은 구장에서 뛰는 타자는 설명할 기회를 잃는다. cross-park clearance는 이 묶음을 풀어내는 장치다.
4. 숫자로 본 디아즈
| 선수 (홈구장) | 홈런 | R-wRC+ | E-wRC+ | P-wRC+ |
|---|---|---|---|---|
| 디아즈 (대구) | 50 | 162.8 | 135.2 | 175.0 |
| 송성문 (고척) | 26 | 154.4 | 161.6 | 167.3 |
2025 시즌, 타석 300 이상 기준.
디아즈는 E-wRC+ 135.2에서 P-wRC+ 175.0으로 올라간다. 39.8포인트가 오른 셈인데, 이 차이는 E 단계에서 라팍 PF가 깎아낸 몫이다. 반대로 고척을 홈으로 쓰는 송성문은 E 161.6에서 P 167.3으로 오른다. 불리한 환경에서 뛴 타자의 몫이 돌아온 결과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숫자는 점수가 아니다. 디아즈의 50개 홈런은 clearance 평균이 1.000이다. 50개 전부가 나머지 8개 구장에서도 담장을 넘겼다는 뜻이다. 턱걸이로 넘어간 타구가 하나도 섞여 있지 않았다는 얘기다.
5. 그래서 라팍 효과였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2025 시즌 디아즈의 홈런에 한해서는 라팍 효과가 아니었다. 라팍이 작은 구장이라는 사실은 맞지만, 그가 친 홈런은 구장 크기에 기대어 만들어진 타구가 아니었다. 구장이 작다는 사실과, 그 구장에서 친 홈런의 가치를 자동으로 깎는 것은 다른 문제다.
물론 이 결론의 범위는 좁다. 비거리 판정이 가능한 홈런 타구에 한정된 이야기이고, 기후와 바람, 습도처럼 비거리 자체를 흔드는 변수는 그대로 남아 있다. 좌·우 타자 분리나 단타·2루타의 비거리 활용도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이 모델에서 "Pure"가 뜻하는 것은 구장 디멘션과 펜스 높이 의존성을 걷어냈다는 데까지다.
리더보드를 이 관점으로 다시 보면 재미있는 지점이 생긴다. 송성문의 P-wRC+ 167.3과 디아즈의 175.0은 7.7포인트 차이다. 이전 산출에서는 두 선수의 격차가 13.3포인트까지 벌어져 있었는데, KBO 데이터에 맞춘 추정값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7.7포인트로 좁혀졌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뛴 두 거포가 보정 후에는 훨씬 가까운 자리에 선다는 뜻이다.
6. 정리하며
디아즈의 50홈런은 구장 크기에 기대어 만들어진 숫자가 아니었다. 그 판단은 인상이 아니라 홈런 하나하나의 비거리와 방향을 나머지 8개 구장에 대입한 결과다. 동시에 이 방법은 완전하지 않다. 기후와 바람, 좌·우 타자 분리 같은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고, 그 한계는 숨기지 않고 문서에 적어 두었다.
산출 과정을 단계별로 따라가고 싶다면 P-wRC+ 가이드를 보면 된다. 디멘션 표, clearance 계산식, 검증 표, 한계 항목까지 순서대로 정리해 두었다.
선수별 P-wRC+와 파생 지표는 P-wRC+ 리더보드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숫자를 보면서 "이 타구는 어디서든 넘어갔을까"를 함께 떠올려 보면, 리더보드가 훨씬 재미있어진다.